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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드라마

<수확자> 후기 - 죽음이 사라진 세계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

by 갱일 2025. 3. 17.

수확자-표지-이미지

수확자(Scythe) - 닐 셔스터먼

 

먼 미래, 인간의 문명을 양식 삼아 발전을 계속하던 인공지능은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어 폭발적으로 발전, 아니 탄생한다.

‘선더헤드(뇌)’이라는 이름의 인공지능은

인간의 환경을 끝없이 쾌적하게 변화시키다 못해

결국 언뜻 완벽해 보이는 불사의 시대를 맞이하게 한다

죽지 않게 된 세계는 생사의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불사를 거슬러 필사로 만드는 수확이란 수단을 실행한다

 

구시대 수확자들은 양심과 도덕성에 무게를 두고

수확하는 자신과 수확 당하는 자들을 위해

각자의 방법을 찾아간다

신시대 수확자들은 수확이란 행위가 불사의 인류에게 갖는 의미를 확대하여

자신들을 신격화하며 수확을 쾌락적으로 즐기기에 이른다.

 

이러한 이념의 차이 외에도,

어느 권력 집단이든 생겨나는 부패 또한 이곳에 존재한다

영원을 앗아가는 절대권력은 어떤 모습일까.

 

수확자 시리즈 중 첫번째 편인 <수확자>

말 그대로 이러한 수확자들의 영역, ‘수확령의 세계를 소개한다.

수확자 수습생이 된 시트라’, ‘로언의 시선과 이들의 변화를 통해

실제로 존재하는 듯한 이 세계를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을 보고 느낀 점은

언젠가 도달할 수 있는 불사의 세계에서

인간은 어떤 답을 찾을까라는 궁금증이다

이 책에서는 수확이란 방법을 찾았다. 

내가 좋아하는 웹툰인 불멸의 날들에서는

불사가 세상의 정상, ‘필멸이 세상의 돌연변이가 된다

살인이 사라진 세계에서는 거리낌 없이 범죄가 판을 치고

(제일 충격적이었던 것은 아동 장기밀매를 위해

아이들을 납치하여 끊임없이 장기를 척출, 생성, 척출하는

'주머니' 사업이었다.)

끝나지 않는 괴로움에 사람들은

죽음을 종교로, 필멸자를 성인으로 따르기에 이른다

결국 또 죽음이 답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있는 '사망시대'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망을 피하고자 발버둥 치고

그 발버둥에서 모든 예술과 발전과 철학이 반짝인다.

이 세상의 모든 답이 그곳에 있는 것처럼.

 

영원하지만 회색인 삶과

유한하지만 다채로운 삶 중

선택할 수 있는 순간이 온다면

무엇을 택할까?

 

이런 생각들도 흥미롭고 재미있었지만

지금 읽고 있는 다음 편 <선더헤드>도 정말 재미있다.

인공지능의 생각이라니 정말 정말 흥미롭다

하지만 다음 후기를 위해 말을 아껴야지..

 

이렇게 잘 짜인 SF 소설을 보면

인간을 얼마나 알아야 많은 사람들이 납득하는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걸까

놀랍기만 하다.

다양한 인간들이 입체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소설에 몰입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

고결하다 느껴지는 구시대의 수확자들 중에서도

권력을 가진 부패한 수확자도 존재하였는데,

이를 보면 정치는 생물이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우리의 사망세계에서)

역시 살아있는 것은 죽고 썩기 마련이라는

자연의 원칙은 어디에나 적용되는 것일까?